일주일에 한 번 모녀 데이트_가로수길 <지구당>
유연근무제를 활용하면서부터 주중 하루는 출근을 하지 않는다.
이제 1학년이 된 큰 딸은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, 그리고 학습지와 악기레슨, 학원까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느라 연예인이 따로 없다.
하지만 직장맘 엄마로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학교 수업만으로 일과(오후 1시면 끝...)를 끝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나름대로 최소화한 게 이 정도다.
다행히 워낙에 하고픈 게 많은 녀석이라 더 하고 싶다는 걸 설득해서 줄인 거라는 사실에 내심 위안을 삼아본다.
그럼에도 아직 꼬맹이라 힘들 것 같아서 하루는 학교 수업 외에 방과후나 학원을 잡지 않고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.
보통은 학원 셔틀이나 시터이모님과 하교를 하는데 이 날 하루만은 엄마가 직접 데리러 가는 거다.
이제 학생이라고 의젓할 줄 알았으나 오히려 그렇지 않았다.
언제 한 번 외할머니가 하교 때 데리러 가셨더니 "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데리러 오는데... 나도 엄마가 왔으면 좋겠어요."라며 훌쩍거렸다는 말에 어찌나 짠했는지.
더 중요한 건 집에서는 늘 어린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기기 일쑤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둘만의 시간을 최대한 가져보려고 노력 중이고, 이 하루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.
최근 데이트 때 저녁 먹으러 들른 식당은 가로수길에 있는 지구당이라는 자그마한 덮밥집이다.
신혼시절 남편과 한 두 번 와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자리가 협소해서 그 이후 아이들을 데리고 와본 적은 없는 곳.
왠지 오늘은 딸아이와 먹어보고 싶어서 주문을 미리 하고 문 앞에서 자리나길 기다렸다.
때이른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기가 있어 놀랍고 하루가 머다하고 바뀌는 이곳 가게들 사이에 꽤나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놀라웠다.
자리는 몇 개 없어도 회전율이 빠른 편이라 곧 자리를 잡았고, 앉자마자 음식이 나왔다.
우린 규동과 냉모밀 세트를 시켜서 딸아이가 규동을, 내가 냉모밀을 먹었다.
규동은 예전에 먹었던대로 맛있고 꽤 양도 많은 편이다. 먹성 좋은 딸아이가 조금 남긴 것을 보니 실제 그러하다.
근데 솔직히 냉모밀은... 담에 오게 되면 나도 규동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. ㅎㅎ
(거기에 꼬옥 생맥도 한 잔 ㅠ)
셰프님을 앞에 두고 딸과 나란히 앉아서 밥 먹는 구도는 처음이었다.
마주보고 앉았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고, 왠지 일본여행 온 듯한 잠깐의 착각도 들어 신선했다.
언젠가는 둘이, 또는 동생까지 여자 셋이 진짜 여기저기 여행 다닐 날이 오겠지? ^^
그때까지 건강하고 좋은 엄마로 잘 살아봐야겠다.
엄마 따돌리고 즤들끼리만 다니면 넘 섭섭할 거니까. 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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